연구
연구 아젠다
연구회가 우선적으로 다룰 연구 과제입니다.
의료 제도는 법률로 설계되는데, 정작 의료 현장의 언어와 입법·사법의 언어는 서로 다릅니다. 그 결과 제도 설계가 검증된 근거가 아니라 직역 사이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는 지점에서 결정되는 일이 반복되어 왔습니다. 같은 결론이라도 어떤 단체가 주장하는 것과 학술적 검토를 거친 연구 결과로 제시되는 것은 입법 과정에서 다루어지는 무게가 다릅니다. 연구회는 스스로의 역할을 주장을 보태는 데 두지 않고, 입법과 사법의 논의에서 인용될 수 있는 근거를 생산하는 데 두고자 합니다.
아래 열세 개 영역은 사전 논의와 2026년 10월 4일 첫 모임에서 제기된 논점을 학술적으로 다룰 수 있는 형태로 정리한 것입니다. 첫 모임에서는 이 아젠다의 출발점을 어디에 둘 것인지를 먼저 정하였습니다. 의료일원화를 직역 사이의 문제로 좁히지 않고 국가 의료체계의 발전과 국민의 의료 이용 편익이라는 관점에서 다루기로 하였으며, 아래 영역은 모두 그 관점에서 추려낸 것입니다. 각 영역은 서로 분리되지 않으며, 하나의 과제가 여러 영역에 동시에 걸치는 경우가 오히려 일반적입니다. 연구회의 관점과 용어 사용은 연구 방향에서, 첫 모임의 기록은 모임 기록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1. 업무범위 판단 기준의 규범적 검토
지금까지의 논의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로 거론된 영역입니다. 다만 영역 사이의 우선순위는 앞으로 모임에서 정해 갑니다. 의료인의 업무범위를 다투는 사건에서 판단의 기준이 무엇인지는 개별 사건의 결론에 그치지 않고, 면허 제도 전반의 설계와 교육과정의 내용, 나아가 환자가 받을 수 있는 의료의 범위를 함께 규정합니다. 그런데 현재 사용되는 판단 기준은 그 규범적 근거가 충분히 검토된 바 없습니다. 첫 모임에서도 업무범위가 개별 사건을 통하여 사후적으로 결정되는 구조의 한계를 다룬 발표가 있었습니다.
판단 기준으로 사용되어 온 개념
업무범위가 문제 된 사건에서 법원은 해당 행위가 이른바 '한의학적 원리'에 기초한 것인지, '서양의학적 원리'에 기초한 것인지를 물어 왔고, 그 배경에는 '이원적 의료체계'라는 개념이 놓여 있었습니다. 이 개념들에 관하여 논의에서 지적된 것은 두 가지이며, 두 지적이 실제로 성립하는지를 확인하는 일이 연구의 첫 단계가 됩니다.
- 첫째, 이 개념들이 법령상 정의를 갖고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현행 의료법에는 '이원적 의료체계'라는 용어의 정의 규정이 확인되지 않습니다. 실무에서 관행적으로 형성되어 온 해석 기준으로 보입니다.
- 둘째, 법원이 이 개념의 내용을 스스로 구성한 것이 아니라 교육기관과 학회·협회가 제출하거나 공표한 설명을 인용하여 왔다는 지적입니다. 이 지적이 사실에 부합하는지, 어떤 자료가 어떤 경로로 인용되었는지를 판결문 단위로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연구회는 이 개념들을 전제로 삼지 않으며, 동시에 이를 부정하는 결론을 미리 정해 두지도 않습니다. 검토의 대상으로 놓고 그 법적 성격과 형성 과정을 밝히는 것이 연구의 목표입니다.
기준 적용의 대칭성
동일한 기준이 양쪽에 대칭적으로 적용되고 있는지에 관한 문제가 제기되었습니다. 한의사의 행위에 대해서는 그것이 '한의학적 원리'에 기초하는지를 묻는 반면, 의사의 행위에 대해서는 그것이 '서양의학적 원리'에 기초하는지를 같은 방식으로 묻지 않습니다. 또한 '전인적·통합적 접근'을 특정 의학의 표지로 이해할 경우, 다른 영역에서 같은 접근을 취할 때에도 동일한 논리가 적용되어야 하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이는 어느 직역에 유리한가의 문제가 아니라, 판단 기준이 갖추어야 할 명확성과 평등성에 관한 규범적 문제입니다.
형사처벌의 구성요건과 명확성 원칙
업무범위 위반은 행정처분에 그치지 않고 형사처벌로 이어집니다. 처벌의 구성요건이 법령상 정의를 갖지 않은 불확정 개념에 의존하는 구조는 죄형법정주의에서 파생되는 명확성 원칙의 관점에서 검토를 요합니다. 최근의 판결례에서 형사법의 일반 원칙이 강조되는 흐름이 관찰되나, 위 개념들 자체가 판시에서 폐기되었다고 볼 만한 근거는 아직 확인되지 않습니다. 연구는 개별 사건의 당부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기준의 변천을 계보적으로 추적하는 방식으로 수행하려 합니다.
원리와 도구의 구분
대안적 검토 틀로 제시된 관점은 원리와 도구를 분리하는 것입니다. 이 관점에서 과학적 수단은 어느 의학에도 귀속되지 않는 중립적 도구이며, '원리'는 그 도구를 통하여 궁극적으로 이루려는 방향성을 가리키는 개념으로 한정됩니다. 이 구분이 성립한다면, 특정 기기·검사·약물의 사용 가부를 판단하는 물음은 '그것이 어느 의학에 속하는 수단인가'에서 '사용자가 그 도구를 안전하게 다룰 교육과 역량을 갖추었는가'로 옮겨 가게 됩니다. 이 틀이 현행 법체계 안에서 실제로 작동할 수 있는지, 작동한다면 어떤 조문의 개정이 필요한지가 검토 대상입니다.
연구 과제
- 업무범위 관련 판례에서 판단 기준이 변천해 온 과정에 대한 계보적 분석
- '원리' 기준이 명확성 원칙에 부합하는지에 관한 규범적 검토
- 행위의 위해성과 교육 이수 여부를 기준으로 하는 대안적 판단 틀의 구성과 그 법령상 근거 설계
- 판단 기준의 실질을 채우는 주체가 누구여야 하는가 — 교육기관과 학회가 부담하는 책임의 범위
- 업무범위 위반에 대한 형사 규율과 행정 규율의 역할 분담 재검토
2. 면허·권한 체계의 유형론
제도 개편에 관한 논의에서 '일원화'라는 말이 자주 쓰이지만, 이 한 단어가 서로 전혀 다른 제도를 동시에 가리키고 있습니다. 어떤 논의에서는 면허 자체를 하나로 합치는 것을, 다른 논의에서는 면허는 그대로 두고 권한만 같게 하는 것을, 또 다른 논의에서는 업무범위를 단계적으로 넓히는 것을 뜻합니다. 지칭 대상이 다른 채로 찬반을 주고받으면 논의 자체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연구회는 찬반을 논하기에 앞서 유형을 구분하는 일에서 시작하고자 합니다.
네 가지 유형
아래 표는 논의의 좌표를 정리하기 위한 분류이며, 연구회가 특정 유형을 지지하거나 배제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각 유형은 비교와 평가의 대상으로만 제시합니다.
| 유형 | 면허 | 권한 | 참조 제도 |
|---|---|---|---|
| A. 면허 통합형 | 단일 | 동일 | 단일 의사면허 체계 |
| B. 권한 통합형 | 복수 유지 | 동일 또는 준하는 수준 | 미국 D.O.(정골의학) |
| C. 업무범위 확대형 | 복수 유지 | 단계적 확대 | 중국·대만·홍콩의 중의 제도 |
| D. 현행 유지 | 복수 | 현행 | — |
각 유형은 개정해야 할 법령의 범위, 제도 이행에 걸리는 기간, 이해관계자의 수용 가능성, 교육과 재정에 드는 비용이 모두 다릅니다. 이 차이를 같은 기준으로 계량하여 제시하는 것이 연구의 목적이며, 선택은 그 자료 위에서 이루어져야 할 사회적 결정입니다.
연구 과제
- 유형별 법령 개정 범위의 확정 — 법률·시행령·시행규칙·고시 가운데 무엇이 개정되어야 하는가
- 유형별 제도 이행 기간과 단계 설계
- 이해관계자 수용성의 조사 설계와 측정
- 교육 비용·재정 소요의 추계 방법론 개발
- 각 유형이 환자의 의료 접근성과 안전에 미치는 영향의 평가 틀 구성
3. 비교법 연구
제도 설계의 선택지를 넓히려면 다른 나라가 같은 문제를 어떻게 다루어 왔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다만 해외 제도의 소개 자체는 국내에 이미 상당한 연구가 축적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연구회의 비교법 연구는 제도의 현황을 다시 서술하는 데 목적을 두지 않고, 각 제도가 현재의 형태에 이르기까지 거쳐 온 이행 경로에 초점을 맞추려 합니다. 어떤 순서로 법령을 고쳤는지, 기존 면허 취득자를 어떻게 처우했는지, 교육과 시험을 어느 시점에 정비했는지가 연구의 관심사입니다.
1차 비교 대상
| 국가·지역 | 검토 대상 |
|---|---|
| 미국 | D.O.(정골의학)의 면허·수련·권한 체계와 M.D.와의 관계, 카이로프랙틱 등 인접 직역의 규율 방식 |
| 중국 | 중의사 제도, 중서의결합의 제도적 위치, 중의응급과 등 전문과 체계 |
| 대만 | 중의사 제도와 이중 면허 취득 경로의 설계 |
| 홍콩 | 중의 제도의 법적 근거와 공공 중의 의료기관의 운영 |
| 일본 | 전통의학을 의사 면허 안에 포섭한 방식과 침구사 제도의 별도 규율 |
비교의 목적은 특정 국가의 제도를 모범으로 삼아 이식하는 데 있지 않습니다. 각 제도는 그 나라의 의료 재정, 교육 체계, 직역의 형성사 위에서 성립한 것이므로, 조건이 다른 곳에 그대로 옮겨 오면 같은 결과를 낳지 않습니다. 연구는 각 사례에서 어떤 조건이 갖추어졌을 때 그 경로가 가능했는지를 추출하는 방식으로 수행하려 합니다.
연구 과제
- 국가별 제도 이행 경로의 연대기적 재구성과 개정 법령의 대조
- 각 제도에서 기존 면허 취득자에게 적용된 경과조치의 유형과 그 결과
- 이행 과정에서 교육기관과 국가시험이 정비된 시점과 순서
- 국내에 이미 축적된 비교법 연구의 정리와 공백 확인
4. 제도 전환기의 경과조치 설계
제도 변경에 관한 논의는 매번 '기존 면허 취득자를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물음 앞에서 멈춰 왔습니다. 그런데 그 물음에 대한 구체적 설계가 제시된 적은 없습니다. 총론적 반대와 총론적 찬성만이 반복되었고, 정작 어떤 트랙을 몇 년에 걸쳐 어떤 비용으로 운영할 것인지에 관한 숫자는 논의의 테이블에 올라온 적이 없습니다.
지연이 비용을 키우는 구조
이 지점에서 지적된 구조는 다음과 같습니다. 경과조치가 불확실할수록 기존 면허 취득자의 반대는 강해지고, 반대가 강할수록 제도 변경의 가능성은 멀어집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교육과정의 격차는 벌어지므로 경과조치에 드는 비용은 오히려 커진다는 것입니다. 이 지연이 비용을 키우는 구조가 실제로 성립하는지, 성립한다면 그 비용이 어느 정도인지를 자료로 확인하는 일 자체가 연구 과제에 포함됩니다. 현행을 유지하는 결정을 포함하여 어느 방향으로 결정하든 그 전제가 되는 자료가 먼저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설계에서 거론된 방향
아래 세 가지는 지금까지의 논의에서 비교적 이견이 적었던 지적이며, 연구회가 확정한 결론이 아닙니다. 제도를 변경하는 경우를 가정한 설계 논의이므로, 현행을 유지하는 선택지와의 비교는 2번의 유형론에서 함께 다룹니다.
- 기존 면허 취득자를 배제하는 설계는 유지되기 어렵다는 지적입니다. 수용 가능성이 낮을 뿐 아니라, 이미 형성된 신뢰의 보호라는 법적 요청과도 조화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 단일 트랙 역시 성립하기 어렵다는 지적입니다. 전면 재교육은 비용과 수용성 모두에서 부담이 크고, 단순 보수교육만으로는 대외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 따라서 개인이 투입할 노력의 크기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복수 트랙이 검토할 만한 방향으로 거론되었습니다. 이 방향이 타당한지는 비용과 수용성, 환자 안전을 측정한 뒤에 판단할 문제입니다.
예시적으로 거론된 트랙 구성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는 확정된 안이 아니라 타당성을 검토할 연구 대상입니다.
- 현행 면허를 그대로 유지하는 트랙 (추가 권한 없음)
- 보수교육 이수를 조건으로 하는 부분적 권한 확대 트랙
- 일정 기간의 정규 교육과정 이수와 국가시험 응시를 통한 상위 면허 취득 트랙
산정의 근거를 만드는 일
어떤 트랙을 설계하든 그 전제는 교육과정 차이의 실측입니다. 차이가 어디에 어느 정도로 있는지를 모르는 상태에서는 보완 교육의 시수도, 그에 드는 비용도 산정할 수 없습니다. 제안된 방법은 다음 네 단계입니다.
- 학번과 연도별로 한의과대학 교육과정을 수집하여 분석합니다.
- 동시기 의과대학 교육과정과 대조하여 과목과 이수시간의 차이를 산정합니다. 어느 교육과정을 비교의 기준으로 둘 것인지, 그 선택이 결과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도 함께 밝힙니다.
- 그 결과를 근거로 입학 연도 코호트별 보완 교육 시수를 도출합니다.
- 보완 교육을 이수한 뒤 동일한 국가시험에 응시하도록 하는 설계가 타당한지 검토합니다.
이 작업은 교육학 전공 교수진의 참여를 필요로 하며, 가능하다면 의과 측 교육학 연구자와 공동으로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총론적 방법론을 다루는 논문보다 이 실측 연구가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는 의견이 논의에서 제시되었습니다. 참조할 만한 선례로는 치과 분야에서 수련과 관련하여 적용된 경과조치 사례가 거론되었으며, 그 설계와 결과를 확인하는 작업도 함께 수행하려 합니다.
연구 과제
- 연도별 교육과정 자료의 수집 체계 구축과 대조 분석 방법론의 확립
- 코호트별 보완 교육 시수 산정 모형의 개발
- 복수 트랙 설계안의 비용·기간·수용성 비교
- 기존 면허 취득자의 신뢰 보호와 제도 변경의 공익 사이의 형량 기준에 관한 법적 검토
- 국내외 유사 직역에서 시행된 경과조치 선례의 수집과 평가
5. 교육과정과 국가시험
업무범위와 면허 제도에 관한 어떤 논의도 결국 교육과 시험으로 돌아옵니다. 특정 행위를 수행할 수 있는지를 교육 이수와 역량으로 판단하자는 제안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그 교육과 시험이 실제로 무엇을 담보하고 있는지가 먼저 확인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교육과정의 정합성
교육과정 평가의 기준을 의과대학 교육과의 일치도에 두고 이를 점진적으로 높여 가는 방안, 임상 분류 체계를 현대 의학의 분류에 맞추어 정비하는 방안이 논의되었습니다. 이는 거론된 방안의 하나이며, 평가의 기준을 무엇으로 둘 것인지부터가 검토 대상입니다. 특히 교과서 개론 수준에서 학문의 정의와 범위를 어떻게 서술하고 있는지가 중요한 검토 대상입니다. 앞의 1에서 다룬 '원리' 개념이 판례에서 인용될 때, 그 내용의 출처가 되는 것이 바로 이 개론의 서술이기 때문입니다. 교육 내용의 정비는 교육의 문제인 동시에 법적 판단 기준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국가시험의 실기시험
한의사 국가시험에 실기시험을 도입하는 문제는 오래 논의되어 왔으나 진전은 확인되지 않습니다. 실기 항목을 전통적 술기에 한정하여 설계할 경우, 그 시험 결과를 업무범위 판단에서 교육과 역량의 근거로 활용하기는 어렵습니다. 제도적으로 수행이 가능한 범위 전반을 평가에 포함하는 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전문 인력의 양성
보건의료 제도를 다룰 법률·행정 전문 인력이 부족합니다. 의료인 출신 법조인과 보건행정 전문가의 양성, 그리고 이들을 잇는 네트워크의 구축이 필요하며, 연구자 양성 경로도 함께 검토되어야 합니다. 이는 연구회가 수행할 연구의 대상인 동시에 연구회 자체의 존립 조건이기도 합니다.
연구 과제
- 교육과정 정합성의 평가 지표 개발과 주기적 측정 체계의 설계
- 교과서 개론 서술이 법적 판단에 인용되어 온 경로의 확인과 서술 기준의 검토
- 국가시험 실기시험의 제도 설계와 평가 항목 구성, 타 직역 국가시험과의 비교
- 보건의료 법제·행정 전문 인력 양성 과정의 설계와 국내외 사례 조사
6. 보건의료 법령의 용어 정비
법령과 제도에서 '한방'과 '한의과'가 혼용되고 있습니다. 교육기관은 '한의과대학'인데 의료기관은 '한방병원'입니다. 같은 구조에서 치과는 '치과대학'과 '치과병원'으로 일관되게 표기됩니다. 최근에 제정되거나 개정된 법률에서는 '한의과' 표기가 반영되는 경향이 관찰되나, 법령 전반에 걸친 정비는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용어가 인식의 틀로 작용하는 문제
용어의 불일치는 표기의 문제에 그치지 않습니다. 법령에 쓰인 말은 앞의 1에서 다룬 '원리' 판단에서 인식의 틀로 작용합니다. 서로 다른 계열의 용어가 병존하는 상태 자체가 특정한 구획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만들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용어 정비는 문언을 다듬는 작업이 아니라, 제도가 전제하는 구획을 다시 확인하는 작업입니다.
연구 과제
- 보건의료 법령 전반의 용어 사용 실태 조사와 일람 작성
- 용어 정비안의 제시와 개정이 필요한 조문의 확정
- 용어 선택이 법적 판단에 미친 영향의 사례 분석
- 독립적인 법률 체계를 두는 방안의 타당성 검토
7. 의료정보의 공유
동일한 환자에 대한 영상과 검사가 의료기관을 옮길 때마다 반복됩니다. 환자는 같은 검사를 다시 받고, 재정은 같은 비용을 다시 지출하며, 진단은 그만큼 늦어집니다. 이는 환자를 중심에 두고 가용한 진단·치료 수단과 인력, 그리고 의료정보를 분절 없이 운용하는 문제, 곧 연구회가 국민의 의료 이용 편익이라는 관점에서 다루려는 과제에 직접 해당합니다.
공유 구조의 설계
논의에서는 급여가 지급된 검사의 결과를 국가 전산 체계에 등재하고, 후속 진료기관이 이를 열람할 수 있게 하는 구조가 검토되었습니다. 이미 운영되고 있는 의약품 안전사용 정보시스템의 구조가 참조 사례로 거론되었습니다. 다만 이 구조는 개인정보 보호와의 조화, 열람 권한의 범위와 기록, 정보의 정확성에 대한 책임 배분, 수가 체계와의 연동을 함께 설계하지 않으면 작동하지 않습니다.
연구 과제
- 검사·영상 정보 공유 제도의 법적 근거 설계와 기존 법제와의 정합성 검토
- 개인정보 보호법제와의 조화 방안 — 동의 구조, 열람 권한, 기록 보존
- 중복 검사의 규모와 그 재정적·임상적 비용의 실증 측정
- 정보 공유와 수가 체계의 연동 설계
8. 인구구조 변화와 노인 의료
65세 이상 인구의 비중은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의료 수요의 총량뿐 아니라 그 성격 자체를 바꾸어 놓습니다. 단일 질환의 치료보다 여러 만성질환과 기능 저하가 동시에 진행되는 상태를 관리하는 일이 중심이 되기 때문입니다. 제도 설계의 전제가 되는 인구 추계는 공식 통계를 확인하여 인용하려 합니다.
노쇠를 독립적 관리 대상으로 보는 접근
노쇠(frailty)를 개별 질환의 부수적 결과가 아니라 독립적인 관리 대상으로 보는 접근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 접근은 환자를 질환 단위가 아니라 사람 단위로 파악할 것을 요구하므로, 여러 기관과 여러 의료인이 한 환자를 나누어 보는 현재의 구조와 충돌합니다. 노인을 중심에 둔 통합적 관리 체계, 재택의료, 만성질환 관리 모델의 설계가 과제로 제기되는 이유입니다.
재택의료의 근거 설계
재택의료 모델에서는 무엇을 근거로 제시할 것인가가 특히 어려운 문제입니다. 병원 안에서 통용되는 지표를 그대로 옮겨 올 수 없기 때문입니다. 만성질환 지표의 추적 관찰, 영상 검사를 활용한 경과 관찰 등 수집 가능한 자료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가 연구의 출발점이 됩니다.
연구 과제
- 노인 통합 돌봄과 재택의료의 제도 설계 및 수가 구조 검토
- 재택의료의 성과 측정 지표 개발과 자료 수집 체계의 설계
- 노쇠 관리의 제도적 편입 방안과 관련 법령의 검토
- 고령 인구 추계에 근거한 의료 인력·시설 소요의 추정
9. 환자 안전과 감염관리
수행할 수 있는 술기의 범위를 넓히는 논의는 반드시 감염관리 수준의 문제와 함께 다루어져야 합니다. 침습적 술기가 늘어날수록 감염관리에 요구되는 수준도 함께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순환 구조
여기에는 한 방향으로 정리되지 않는 순환이 있습니다. 술기의 범위를 넓히려면 감염관리 수준이 먼저 갖추어져야 하는데, 해당 술기를 수행하지 않기 때문에 감염관리에 대한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이 순환은 특정 직역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라 의원급 의료기관 전반에서 확인되는 문제입니다. 병원급에 맞추어 설계된 기준을 의원급에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점, 투자의 유인이 제도적으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 함께 지적되었습니다.
연구 과제
- 의원급 의료기관의 감염관리 기준과 실태 조사
- 기관 규모에 따른 감염관리 기준의 차등 설계와 그 근거
- 감염관리 투자에 대한 제도적 지원 방안과 수가 반영의 검토
- 술기 범위와 안전 관리 요건을 연동하는 규율 방식의 설계
10. 공공보건의료 인력 제도
공중보건의사 제도의 운영과 인력 배치에 관한 제도 개선 과제가 제기되었습니다. 의료 취약지의 수요와 실제 배치가 어긋나는 문제, 복무 기간과 처우에 관한 규율, 배치 기준의 결정 절차가 주요 쟁점입니다.
다층적 과제로서의 성격
이 영역의 과제는 법률의 개정만으로도, 하위 법령의 정비만으로도 해결되지 않습니다. 법률과 시행령·시행규칙, 그리고 소관 기관의 운영 지침이 함께 맞물려 있으므로, 어느 층위에서 무엇을 결정하고 있는지를 먼저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연구 과제
- 공중보건의사 제도의 법적 근거와 운영 실태 분석
- 배치 기준의 결정 구조와 의료 취약지 수요의 대조
- 공공보건의료 인력 확보 방안의 비교와 제도 설계
11. 필수의료
필수의료 분야의 인력 부족은 제도 개편 논의의 명분 가운데 하나로 거론되어 왔습니다. 다만 인력 부족의 원인과 그 해소 방안 사이의 연결은 아직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습니다. 특정 제도 개편이 필수의료 인력의 확충으로 이어진다는 주장은, 그 인과 경로가 자료로 확인될 때에만 입법의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참조 가능한 사례
중국의 중의응급과와 같이 전통의학을 기반으로 한 인력이 응급·필수의료 영역에 진입하는 제도적 경로가 마련된 사례가 있습니다. 이러한 사례에서 실제 인력 유입의 규모와 임상 성과가 어떻게 나타났는지를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사례의 존재 자체가 효과의 증명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연구 과제
- 필수의료 인력 부족의 원인 분석과 기존 대책의 효과 평가
- 제도 개편이 필수의료 인력 수급에 미치는 영향의 추정 모형 구성
- 해외 사례에서 확인되는 인력 유입 규모와 임상 성과의 검토
12. 면허범위의 개별 쟁점 — 의료기기와 의약품
1번에서 다룬 판단 기준의 문제는 실제로는 개별 기기와 개별 의약품을 두고 다투어집니다. 총론만으로는 현장의 불확실성이 줄지 않으므로, 쟁점을 유형별로 나누어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래 항목은 연구회가 결론을 정해 둔 사안이 아니라, 판단의 틀을 구성하기 위해 살펴야 할 물음입니다. 첫 모임에서도 초음파, 뇌파계, X선 골밀도측정기와 같이 개별 기기를 둘러싸고 형성되어 온 판단의 사례를 정리한 발표가 있었습니다.
진단용 의료기기
판례가 제시해 온 판단 요소는 대체로 세 가지로 정리됩니다. 관련 법령에 해당 기기의 사용을 금지하는 규정이 있는지, 기기의 특성과 요구되는 지식·기술 수준에 비추어 보건위생상 위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지, 전체 의료행위의 경위와 목적·방법에 비추어 그 사용이 특정 의학의 원리와 무관함이 명백한지입니다. 세 번째 요소는 1번에서 다룬 불확정 개념의 문제와 직접 맞닿아 있습니다.
치료용 기기와 위해도 기준의 지위
진단용 기기에 관한 판단 기준이 치료용 기기에도 같은 방식으로 적용되는지는 정리되어 있지 않습니다. 기기의 출력이나 침습성 같은 위해도 지표가 사용 가부를 가르는 독립적 기준이 될 수 있는지, 아니면 교육·훈련 요건을 정하는 기준으로 작동해야 하는지가 쟁점입니다. 이 둘은 제도 설계에서 전혀 다른 결과를 낳습니다.
의약품 — 품목허가의 심사관점과 면허범위
의약품에서는 기기와 다른 구조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의약품이 어느 관점에서 안전성·유효성 심사를 받아 품목허가되었는지가 처방 가능 여부를 가르는 기준으로 작동한다는 해석이 그것입니다. 이는 의료법과 약사법의 관계에서 도출된 구조이며, 의약품의 분류와 의료인의 권한을 어떻게 구별할 것인지의 문제로 이어집니다.
연구 과제
- 판단 요소가 실제 사건에서 어떤 비중으로 적용되어 왔는지의 판례 분석
- 기기의 개발·제작 원리를 기준으로 삼는 접근과 사용 목적·위해도를 기준으로 삼는 접근의 규범적 비교
- 위해도를 사용 금지의 근거로 삼는 설계와 교육·인증 요건의 근거로 삼는 설계의 비교
- 안전관리체계(교육·인증·기록·이상반응 보고)를 사용 허용의 조건으로 구성하는 입법례 검토
- 특정 기기에 관한 개별 판결을 동종 기기 전체로 확장 적용하는 것의 법리적 타당성
- 품목허가의 심사관점이 면허범위를 결정하는 구조의 규범적 검토
- 시술에 수반되는 국소적·보조적 사용과 의약품의 약리효과 자체를 독립적 치료목적으로 이용하는 행위의 구별 기준
- ‘경미한 의료행위’ 개념의 법령상 정의 여부 확인과, 정의가 없는 경우 입법적 정의에 담길 요소의 검토
13. 제도 이행의 법적 원칙
제도를 바꾸는 과정 자체에 적용되어야 할 원칙이 있습니다. 이는 어느 직역에 유리한가의 문제가 아니라 법치주의 일반의 문제이므로, 연구회가 다루기에 적합한 영역입니다. 4번의 경과조치 설계가 제도의 내용을 다룬다면, 여기서는 제도를 바꾸는 절차를 다룹니다.
신뢰보호와 소급효
국가가 정한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국가시험에 합격하여 면허를 취득한 사람의 법적 지위를, 제도 변경 과정에서 어떻게 다룰 것인지의 문제입니다. 변경 이전에 적법하게 수행한 행위를 새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이 허용되는지도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전환인증
기존 교육과 임상경력을 평가하여 부족한 영역만 보완하도록 하는 설계입니다. 4번에서 다룬 복수 트랙 경과조치와 같은 문제를 자격 인정의 각도에서 본 것으로, 두 논의는 함께 설계되어야 합니다.
규율 방식 — 사후 처벌과 사전 기준
현재는 허용 범위가 개별 형사사건과 소송을 통해 사후적으로 확정되는 구조에 가깝습니다. 사전에 행정기준으로 범위를 제시하는 방식과 비교할 때, 어느 쪽이 법적 안정성과 환자 안전에 더 기여하는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연구 과제
- 면허 제도 변경 시 기존 면허 취득자의 신뢰이익 보호 범위
- 변경 이전의 적법한 행위를 새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의 소급효 문제
- 직업수행의 자유 제한에 관한 비례원칙 심사 구조의 검토
- 기존 교육과정·국가시험·보수교육·임상경력을 새 권한 부여의 기초로 인정하는 평가 모형
- 전면 재교육 방식과 부분 보완 방식의 비용·수용성·안전성 비교
- 자격심사 절차와 이의신청·재평가 절차의 설계, 유예기간 설정의 기준
- 다른 분야에서 자격 제도를 신설할 때 적용된 경과조치 선례의 분석
- 단계적 이행과 일괄 개편의 비교 — 각 단계에 필요한 법령 개정 범위와 행정 비용의 산정
- 사후적 형사 규율과 사전적 행정기준 제시 방식의 비교, 법적 불확실성이 행위 선택과 환자 안전에 미치는 영향
의견을 받습니다
위 열세 개 영역은 지금까지의 논의에서 정리한 초안입니다. 빠진 주제가 있는지, 우선순위를 어떻게 두어야 하는지에 관하여 의견을 보내 주시면 이후 모임의 논의 자료로 삼겠습니다. 특정 과제에 함께 참여하실 의향이 있는 분, 자료나 선행 연구를 알려 주실 분의 연락도 기다립니다. 보내 주시는 의견은 연구회의 이름으로 공개하지 않으며, 검토 과정에서만 활용합니다.
연구회는 한의계 내부의 논의에 머무르려 하지 않습니다. 위 과제들은 제도를 설계하는 일이어서 법조계·행정계·의료계와 의료를 이용하는 사람의 시각이 함께 필요합니다. 참여 방법은 참여 방법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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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에서 발표된 자료와 정리한 비교표는 자료실에 올리며, 정리를 마치지 않은 단계의 자료는 발표자료에서 참여하시는 분께 먼저 공개합니다. 모임의 기록은 모임 기록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